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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월드 메이커 페어가 열리기 하루 전에, ‘메이커 교육 포럼(Maker Education Forum)’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메이커 교육의 선두에 있다고는 하지만, 공교육 시스템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이 교육 포럼에서 저는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강연장을 꽉 채운 300여 명의 교육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자발적 의지를 보이며 서로가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강연자로 나선 영메이커였습니다. 줄리안 워터스(Julian Waters)라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줄리안은 “먼저 스스로를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줄리안의 강연 이야기를 여기서 잠시 풀어보겠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드론 비행이었습니다. 줄리안은 자신의 관심사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학교에 드론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건의했죠. 처음 학교는 반대했습니다만, 그렇지만 줄리안은 우여곡절 끝에 드론클럽을 만드는 것을 허가 받았습니다. 그다음엔 이 클럽에 관심을 갖는 지도교사도 생겼죠.

결국 이런 과정은 학교를 변하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메이커 교육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학교 창고는 메이커 스페이스로 재탄생했고 교사 라운지였던 곳은 사운드 스튜디오와 미디어랩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학교 선생님과 도서관 사서는 학생들에게 꿈과 아이디어를 묻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도록 도와주는 메이커 교육에 동참하게 됐죠. 학생 한 명의 열정이 학교를 바꾸는 변화를 일궈낸 것입니다.

 

 

 

 

“내가 바뀌자 선생님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었다. 선생님들, 여러분도 바뀔 수 있다”는 줄리안의 말에 강연을 듣던 사람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순간은 제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육자인 우리는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적 있는지, 자녀의 미래와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로서 우리는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한 적 있는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를 많이 접했습니다.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들이 “교육은 바꿀 수 없다”거나 “바꾸기엔 어렵다”는 말을 해왔던 경우죠. 대학입시 때문이든 기존의 학교 시스템 때문이든, 현재 교육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전체에 있으며, 개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으니 한국의 교육 역시 바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메이커 교육이나 디자인 사고 같이 교육혁신이라 불릴만한 사례들은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학생들과 교육자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상향식 혁신(Bottom-up Innovation)’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행하는 교육자 양성을 통한 혁신보다는, 교육 혁신을 열망하는 학생이나 교육 자원 활동가의 활동이 더 빠르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혁신 현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 즉 교육자들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요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나 스스로 실천하기 위함이기도 하며, 혁신을 원하는 다른 어느 교육자, 학생, 또 교육 자원 활동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평생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과정 중심 교육입니다.

급변하는 미래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어느 특정 역량이 아닙니다. 또 역량별로, 직업별로 가르칠 수도 없는 세상이죠. 게다가 평균연령도 늘어, 우리는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육을 긴 여정의 과정으로 규정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배를 짓고, 이 배를 타고 먼 인생 항해를 나가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은 자신감입니다. 누구에게나 창의성은 존재합니다. 다만 창의성은 신뢰가 있을 때, 그리고 동기부여와 성장을 거듭하면서 쌓이는 능력입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와 미래의 창의성은 개인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협업을 통해서 발현되기도 하죠.

 

 

 

 

마지막은 공동체 내의 이타적 창작자입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에서 출발해 안전과 소속감을 거쳐, 이제 사회적 존중과 자아실현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서로를 위하고 배려할 때 더 나은 세상(for a better world)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특히 협업 공동체는 최근 모든 혁신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협업 공동체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남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교육에 정답은 없습니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 방법은 다양하게 바뀌겠지요. 다만 다양한 과정을 공개하고 그 과정과 방법을 공유하면서 좋은 것은 배우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는 시도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것이 바로 혁신으로 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글=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이지선 교수

정리=commons